살다

생애전환기란 말을 실감하다

너와집속목수 2015. 4. 5. 07:38

우리 나이로 마흔하나, 만으로는 마흔. 이 나이를 보건적인 의미로 생애전환기라고 한다. 민방위법으로 소집훈련이 종료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마흔하나가 되면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안내장이 날아온다. 삶을 절반 이상 살았으니 당신 몸이란 기계가 아직 쓸 만한지 알아보라는 뜻이다.



내 삶의 생애전환기는 조금 특별하다. 반 평생을 살았다는 물리적이고 생체적인 시간의 변화는 물론이요, 생애전환기를 맞아 전직이라는 특별한 경험까지 하고 있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지난해까지는 내가 이런 일을 배우게 될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일에 생각지도 못한 직책을 맡게 된 내게 누군가 120%로 하지 말라고 한다. 맞는 말이지만 지난주에 벌어진 갑작스런 일 때문에 이제는 150%로 살아야 한다.

지난주 나는 전세난에 밀려 덜컥 집을 구입해 버렸다. 생애 첫 주택 구입을 이렇게 갑작스레 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럴 때는 좌고우면하는 것보다는 저지른 뒤 뒷일을 고민하는 것도 방법이다. ​



집사람 명의의 계약서를 쓰고 집에 돌아와 이리저리 계산해 보니 1억원 정도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실직자 주제에 억대 대출이라니 겁없이 저지른 일이 살짝 후회되지만 되돌릴 수도 없고 물러달라고 하기도 싫다. 


이곳에서 배운 잔재주로 그린 새로 이사 갈 집의 도면이다. 이걸 인쇄해 집사람과 애들에게 보여주고 각자 방을 스스로 꾸미라고 했더니, 딸내미들이 인테리어 예산을 잡는다며 코묻은 지갑을 뒤진다. 이러니 120%는커녕 150, 200%로 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