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23 모이다
어제 못다한 단열재를 마저 넣고 오늘 작업은 끝났다. 오후에는 대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건축박람회를 견학하기로 했다. 서울 코엑스나 일산 킨텍스에 견주면 아담할 정도로 작은 공간인데다, 대전이라는 지역적인 한계 때문에 참여 업체가 다양하지는 못했다.
이곳 저곳을 둘러봤지만 눈에 띄게 대단하다 싶은 곳은 없다. 건축박람회에서 내가 건진 것이라고는 유기 간장종지 4개뿐이다. 방짜유기라고 팔기는 하는데, 가져와서 자세히 살펴보는 가짜유기인 듯하다. 쇳내가 작렬하는 것이 구리와 주석만으로 만든 것 같지가 않다.
이날 저녁은 원생들이 주도하는 저녁 회식이 예정된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다들 부담없이 오후 견학을 즐기고 학원으로 복귀한 뒤 회식 장소로 이동했다. 대단한 맛집은 아니지만 학원에서 가깝고 음식도 나름 깔끔했던 갈비집으로 정했다. 성인들이 돼지갈비를 많이 먹어야 1인분에서 1.5인분 정도 먹겠거니 하고 부담 없이 잡은 집이기도 하다.
원생 24명과 원장님과 김선생님까지 모두 26명이 모였다. 예상보다 참석율이 높았다. 예약할 때 25명 정도된다고 말했던 게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술이 몇 순배 돈 뒤 윤병규 형님이 이런 자리에서는 나설 만한사람이 나서서 오늘 술자리의 의의에 대해 한마디하고 원장님이나 선생님에게도 말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면 귀띔을 하신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정돈한 뒤에 갑자기 주중반 1기 학생회장을 추대하겠다고 운을 띄운 뒤에 하종석 형님에게 맡아주십사 부탁 드렸다.
이미 언질을 해둔 바 있어 크게 당황하지 않으시고 수락하셨다. 나의 매끄럽지 못했던 진행에 불만을 갖고 계신 분도 없지 않은 듯했지만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모두 모인데다 일어서 할 말도 딱히 없기에 분위기를 회장 추대로 몰았다. 그리고 그 죄로 총무가 되었다. 총무는 추대한 사람이 맞는다나 뭐라나... 기숙사 총무하는 것만으로 주머니가 복잡해 죽겠구만... 이게 뭔 감투 복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한 달 만에 모인 술자리는 그렇게 즐겁게 무르익었고, 더 즐기고픈 사람 10여 명이 함께 노래방에서 2차로 회포를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