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다

트림과 몰딩이 끝나다

너와집속목수 2015. 5. 9. 20:13
트림과 몰딩은 우리말로 마감이랄 수 있을 것이다. 면과 면이 만나는 곳, 선과 선이 만나는 곳을 정갈하게 이어붙이는 일은 쉽지 않다.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시간이 돈인 건축 현장에서 이렇게 마감을 하고 있으면 갑갑한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몰딩은 이렇게 부재와 부재가 만나는 선의 아름답지 못한 부분을 감추는 데 쓰인다.

정신 없이 돌아가는 건축현장이라도 이 작업은 속도가 더뎌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교육생이 하는 일이니 실수가 잦고 속도가 느리기 마련이다.

교육이 막바지에 오면서 초반의 의지를 거진 소모한 까닭일까? 작업 속도가 이상하리 만큼 지지부진하다. 창 둘레에 몰딩을 하려면 4면을 동일한 부재를 이용해 일정한 폭으로 잘라 선이 정확히 일치하도록 붙여야 하건만 틈이 몇 미리미터 정도 벌어져도, 부재가 삐딱하게 붙어도, 2~3면 정도 작업하고 남은 곳이 있어도 고민 없이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려 버린다.

내가 하던 일을 남이 마무리하고, 남이 하던 걸 내가 마감 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작업 속도가 늦어진 탓인지 2조 팀장님이 1조 주택 마감 작업에 자연스럽게 투입되었다. 전체 교육생 중 절반은 계단, 데크, 컨테이너 주택 기초 작업, 그리고 뻐꾸기 방사에 관심이 더 많은지 여러 곳에 분산되었다. 

나무를 하나씩 켜고, 길이를 재어 모서리 부분의 곱지 않은 선을 숨기는 작업을 계속했다. 누다락 안쪽에서 퍼티를 갈고 있으니 마감이 영 부실해 보이는 곳이 몇 군데 눈에 띈다. 욕심 같아서는 뜯고 다시 하고 싶지만 자재도 그렇고 먼저 시공한 분의 기분도 좋지 않은 듯해 그냥 못 본 척 내려왔다.

 

 

누다락과 방은 개방되어 있는데, 두 공간을 구분하는 것은 고도와 난간뿐이다. 어쩌다가 난간 작업을 맡게 되었는데,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난간 길이를 6으로 나누니 150mm가 넘는다. 이러면 어린아이 머리가 빠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7로 나누란다. 재료를 자르고, 샌딩기로 다듬고 드릴로 피스 밖을 구멍을 뚫고, 임팩 드릴과 깔깔이(너트 같은 결속재를 조이고 푸는 렌치)로 끼워 맞췄다.

 

석고보드를 붙인 뒤에는 타카 자리나 이음매가 도드라지지 않도록 퍼티를 바라고 샌딩으로 사포질로 마무리해야 한다. 벽지가 붙는 것은 그 다음이다.  

 

누다락에서 사포질을 하고 있으면 숨이 턱턱 막힌다. 잠시 창으로 고개를 내밀고 밖을 보니 팬션왕이 몰딩을 자르고 있다.  

 

2조가 주말반 2기가 지은 주택에 들어갈 난간을 만들고 있다. 옆에서는 계단 스트링거 재단 방법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역시 주말반 2기 주택을 위한 것이다.

 

후님이 계단형 사다리 때문에 머리를 썩히자, 많은 사람이 한 마디씩 거든다. 오랜 고민 끝에 철물을 이용해 구조를 보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