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2015.03.11 고기를 굽다
너와집속목수
2015. 3. 11. 08:23
제주에 부탁해둔 고기가 올라왔다. 정육을 가공하고 남은 부위를 모은 것이라 모양새가 아름답지는 않지만 불판 위에 올려 정성껏 구우니 이름난 고깃집에서도 맛보지 못한 달콤한 맛이다.
덩어리째로 올려 모든 면이 골고루 익은 듯하면 길이로 절반을 잘라 익지 않은 면을 또 굽는다. 이런 식으로 절반씩 잘라 굽기를 대여섯 차례 반복하면 어느새 육즙을 품은 고기가 먹기 좋은 채로 정렬되어 젓가락 맞을 준비를 마친다,
'남자들이 객지에 나와 고생하는 게 안쓰럽다'며 김치며 장 따위를 아낌 없이 나눠주신 주인 아주머니께도 제주에서 갓 잡은 생고기라며 두세 근 정도를 갖다 드렸다.
고기를 양껏 먹고 나니 낮에 먹은 먼지며 톱밥이 씻겨 내린 듯하다. 5kg에 항공 배송료까지 포함해서 3만 2천 원이면 몹시 헐한 값이건만 푸짐함과 맛은 명절 한우선물세트가 부럽지 않다. 배불리 먹고 주인 아주머니까지 나눠드리고도 장정 다섯이 두어 번 먹을 양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