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강의실 뒤에는 코어 2 듀오 초기 모델을 올린 컴퓨터 한 대가 있다. 대략 2006년이나 2007년쯤 생산된 모델이니 인터넷에서 불어온 사진을 표시하는 것조차 힘에 겨워 보인다. 이 낡은 PC로 자료를 열어보고 서핑을 하는 모습이 영 찜찜해 원장님께 제가 쓸만하게 바꿔 드릴 테니 그만큼 비용만 숙소비에서 빼달라고 이야기했다.
집에 있는 부품을 쓰고, 메모리 정도만 더하면 최신형은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돌아갈 만한 PC를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메모리도 구입하고 갖고 있던 구형 부품 몇 개도 처분할 겸, 토요일을 맞아 용산전자상가를 찾았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 사람을 만나기에도 괜찮은 곳이다.
주말 선인상가 앞 좌판은 사람이 가장 붐비는 곳이건만 행인과 상인의 수가 대동소이할 정도로 쇠락했다. 부품 값이 워낙 싸진 탓에 굳이 신뢰가 힘든 중고품을 찾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인터넷몰과 택배에 길든 한국인보다 전자상가에서 직접 물건을 사려는 외국인이 더 많은 것도 인상적이다.
신용산역과 전자상가를 잇던 굴다리를 지키던 복제 CD 판매상도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프로그램 모음 CD가 잡지의 최고 부록이었던 옛날에는 CD 한 장에 담아 파는 각종 불법복제 프로그램이 보물만큼 유용했는데...
메모리를 사고 팔고 옛동료를 만나 밥을 먹으러 나섰다. 괜찮는 데라기에 따라나선 끝에 도착한 곳이 바로 너와집이다. 강원도 전통 방식의 너와집은 아니지만 지붕 아래 모든 시설이 들어갔고, 나무를 쪼개 만든 너와를 올렸다는 점에서 너와집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다.
그날 아침의 구름은 파랗고 붉게 오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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