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개월의 시간이 모두 지났다. 걱정스런 맘으로 차에 짐을 싣던 2월 23일 새벽의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5월 22일이 되었다.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변화가 생겼으리라 믿는다. 우리가 지은 이동식 주택 두 채와 컨테이너 리모델링 하우스의 마감도 끝이 났다.

 

한마음 팀 청년 둘은 열심히 도배를 했고 어색하던 집을 예쁘게 단장해 내었다.

 

 

성오형은 문에 몰딩으로 무늬를 넣는 새심한 인테리어를 선보이며 왕년에 어떤 일을 했는지를 모두에게 어필했다.

 

 

다시멸치 후님은 집 아래 들어가 도로시의 집에 깔린 동쪽 마녀 코스프레(오즈의 마법사 참조)를 했다. 그라인더 불똥이 눈에 튀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다행히 동쪽마녀처럼 신발만을 남기고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화요일은 기숙사 쫑파티겸 후님의 생일 잔치가 있었다. 어느때보다 즐거웠지만 어느때보다 쓸쓸한 술 맛이었다. 수요일엔 비교적 젊은 사람 몇이 모여 맥주를 양껏 마셨고, 목요일엔 숙취를 이겨내고 마무리 작업에 매진했다.  

 

 

 

 

팬션왕은 정자왕이 되어 정자 시공을 진두지휘했고,

 

 

성오형과 환영님은 야외 테이블을 만들었으며,

 

나는 김선생님과 남은 자재 정리를 이야기하다가 엉겁결에 배수구 보수를 담당하게 되었다. 오전에 노가다를 끝내고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미장 작업까지 마무리하고 보니 그동안 찜찜했던 배수구가 한결 깔끔한 모습이 되었다.

 

 

 

저녁에는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지난 삼 개월의 이야기를 나누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함께 고민했다. 고민은 짧았지만 테이블에 쌓이는 술병은 부족하지 않았다.

 

 

마지막 날 우리는 아무런 효력 없는 종이 한 장을 받으며 지난 삼 개월을 마무리했다. 우리 모두는 글자 몇 개가 인쇄된 종이를 받아 들며 그 어떤 정규 교육 졸업장을 받던 과거보다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그 무엇보다 값지게 느꼈다.

 

 

 

 

숙소로 돌아와 보령 큰 형님을 먼저 보내고, 김선생님을 모셔 함께 저녁을 먹은 뒤 숙취를 이기지 못하고 잠시 잠이 들었다. 저녁 9시쯤 잠이 깬 후님이 먼저 인사를 했고, 30분 뒤에는 나도 불 꺼진 숙소를 떠났다. 옆방에는 팬션왕이 자고 있었지만 굳이 깨우지 않고 문자로 인사를 했다. 

 

 

 

3개월 간의 대전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너와집 시즌 1도 함께 끝이 났다.

시즌 2는 곧 다시 시작될 거다.

 

 

 

 

 

 

 

 

 

 

Posted by 너와집속목수
,

주중반 두 채가 거의 마무리되고 이제 실내 단장만 하면 된다. 벽지, 마루, 화장실 타일, 등 정도가 남았다. 벽지와 마루는 전문가를 불러 시공하고 타일과 등은 집이 현장으로 이동하면 그때 시공을 한다. 아무튼 우리가 할 일은 이제 끝난 셈이다.


일부는 정자 제작과 준비 작업을 위한 현치도에 빠졌고, 일부는 컨테이너를 주택으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에 투입되었다.주차장 관리실로 쓰던 낡은 컨테이너를 집처럼 꾸미는 작업이다. 벽체를 세우지만 않았지, 지붕이 올라가고 벽 안팎으로 마감이 된다는 점에서 교육 과정을 되풀이하는 작업이다. 물론 그렇게 볼 수만은 없은 부분이 없지는 않다.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적지 않은 눈치다. 그래도 이왕 하는 것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덤볐고, 약간 보탰다. 다른 일을 하느라, 다른 생각을 하느라 많이 참여하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어디 아쉬운 게 그것뿐이랴.

그래도 재미있는 작업이었고, 흉물스런 컨테이너가 어엿한 집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목조주택을 세울 때와는 또 다른 보람이었다. 

작업은 거의 마무리 되어 간다. 모르는 사람이 봐서는 어떤 게 목조주택이고 어떤 것이 컨테이너 리모델링 집인지 구분할 수 없는 모습이 되었다. 집 아래 들어가서 정리를 하다가 눈에 불똥이 튄 병후씨나, 조용히 안팎에서 일하던 2팀장님이나, 마감에 열심히던 용달형님과 하반장님도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다.

어쩌다가 '벤찌'를 잡게 된 나도 집 네 채를 다니며 전원 콘센트와 전등 스위치, 통신선 등을 정리하다 보니 나름, 아니 전체 교육 과정 중 처음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치 않고 내가 맡은 것만 해도 되는 시간을 가졌던 듯하다. 누전차단기를 조립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하고 싶다고 다 할 수는 없는 일이고, 내가 하던 작업을 누군가 "팀장은 다른 일 해야 된다"며 빼앗아 가지 않은 것만 해도 큰 수확이다.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지만, 오늘 오후에 실습장에서 본 모습은 두 채로 끝날 실습이 세 채로 마무리되었다는 기분이 들 만큼 보람 있는 작업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 때문에 교육 일정이 살짝 꼬인 것은 아쉽다.  

 

이제 교육 일정도 다 마무리가 되었다. 3개월 동안 배운 것이 많지만, 배울수록 내가 아는 것이 없다는 걸 새감 느낀다. 오죽하면 현장에 나갈 때는 이런 교육 받았다는 걸 숨기고 나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까. 그래도 3개월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르다고 믿고, 일단 부딪힐 생각이다.


구조는 다르지만 외형은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 집이 세 채로 늘었다. 

오늘의 BGM

"4월의 후유증"  -미스티 블루 

 

 




 


'짓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림과 몰딩이 끝나다  (0) 2015.05.09
2015.04.30 실내벽을 꾸미다  (0) 2015.05.03
2015.04.29 뜯다 그리고 뽑다  (0) 2015.05.01
2015.04.28 내장 마감에 돌입하다  (2) 2015.04.29
2015.04.22 등을 켜다  (0) 2015.04.27
Posted by 너와집속목수
,
트림과 몰딩은 우리말로 마감이랄 수 있을 것이다. 면과 면이 만나는 곳, 선과 선이 만나는 곳을 정갈하게 이어붙이는 일은 쉽지 않다.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시간이 돈인 건축 현장에서 이렇게 마감을 하고 있으면 갑갑한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몰딩은 이렇게 부재와 부재가 만나는 선의 아름답지 못한 부분을 감추는 데 쓰인다.

정신 없이 돌아가는 건축현장이라도 이 작업은 속도가 더뎌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교육생이 하는 일이니 실수가 잦고 속도가 느리기 마련이다.

교육이 막바지에 오면서 초반의 의지를 거진 소모한 까닭일까? 작업 속도가 이상하리 만큼 지지부진하다. 창 둘레에 몰딩을 하려면 4면을 동일한 부재를 이용해 일정한 폭으로 잘라 선이 정확히 일치하도록 붙여야 하건만 틈이 몇 미리미터 정도 벌어져도, 부재가 삐딱하게 붙어도, 2~3면 정도 작업하고 남은 곳이 있어도 고민 없이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려 버린다.

내가 하던 일을 남이 마무리하고, 남이 하던 걸 내가 마감 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작업 속도가 늦어진 탓인지 2조 팀장님이 1조 주택 마감 작업에 자연스럽게 투입되었다. 전체 교육생 중 절반은 계단, 데크, 컨테이너 주택 기초 작업, 그리고 뻐꾸기 방사에 관심이 더 많은지 여러 곳에 분산되었다. 

나무를 하나씩 켜고, 길이를 재어 모서리 부분의 곱지 않은 선을 숨기는 작업을 계속했다. 누다락 안쪽에서 퍼티를 갈고 있으니 마감이 영 부실해 보이는 곳이 몇 군데 눈에 띈다. 욕심 같아서는 뜯고 다시 하고 싶지만 자재도 그렇고 먼저 시공한 분의 기분도 좋지 않은 듯해 그냥 못 본 척 내려왔다.

 

 

누다락과 방은 개방되어 있는데, 두 공간을 구분하는 것은 고도와 난간뿐이다. 어쩌다가 난간 작업을 맡게 되었는데,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난간 길이를 6으로 나누니 150mm가 넘는다. 이러면 어린아이 머리가 빠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7로 나누란다. 재료를 자르고, 샌딩기로 다듬고 드릴로 피스 밖을 구멍을 뚫고, 임팩 드릴과 깔깔이(너트 같은 결속재를 조이고 푸는 렌치)로 끼워 맞췄다.

 

석고보드를 붙인 뒤에는 타카 자리나 이음매가 도드라지지 않도록 퍼티를 바라고 샌딩으로 사포질로 마무리해야 한다. 벽지가 붙는 것은 그 다음이다.  

 

누다락에서 사포질을 하고 있으면 숨이 턱턱 막힌다. 잠시 창으로 고개를 내밀고 밖을 보니 팬션왕이 몰딩을 자르고 있다.  

 

2조가 주말반 2기가 지은 주택에 들어갈 난간을 만들고 있다. 옆에서는 계단 스트링거 재단 방법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역시 주말반 2기 주택을 위한 것이다.

 

후님이 계단형 사다리 때문에 머리를 썩히자, 많은 사람이 한 마디씩 거든다. 오랜 고민 끝에 철물을 이용해 구조를 보완하기로 했다.

 

'짓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모델링에 돌입하다  (2) 2015.05.21
2015.04.30 실내벽을 꾸미다  (0) 2015.05.03
2015.04.29 뜯다 그리고 뽑다  (0) 2015.05.01
2015.04.28 내장 마감에 돌입하다  (2) 2015.04.29
2015.04.22 등을 켜다  (0) 2015.04.27
Posted by 너와집속목수
,

일은 기계가 한다

사다 2015. 5. 5. 05:55

흔히 '일은 장비가 한다'고 말한다. 사람은 관리를 하는 것이란다. 장비를 잘 다루는 사람이 일도 잘하는 것이겠지. 장비를 갖추고 있으면, 일당에서 플러스 알파가 되기도 한다. 팀장급 인력이 높은 임금을 받는 것 역시 장비의 영향을 무시 못한다. 


솜씨 좋은 목수 연장 탓하지 않는다지만 요즈음 그렇지 않다. 연장이 나빠서는 일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일이 더디다는 건 돈만 많이 들고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뜻이니 장인 정신으로 한 켜 한 켜 자르고 붙이는 걸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목수 일도 장비가 대부분 해결한다. 계산하고 짱구를 잘 굴려야 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온갖 종류의 전용 계산기가 나와있으니 숙달만 되면 다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이터소, 각도절단기라고 부르는 톱이다. 절단면의 각도를 자유롭게 자를 수 있어 현장에서 하루 종일 가장 바쁜 장비라고 할 수 있다. 일 좀 하는 목수가 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톱이다. 




못총과 타카 등 공기압을 이용해 작동하는 기기에 힘을 전달하는 어댑터다. 컴프레서 하나로 많은 기기를 쓸 때 필요하다. 컴프레서 역시 없어서는 안 될 장비다. 외국에서는 못총 대신 임팩트 드릴로 모든 부재를 피스 결합하기도 한다지만 우리나라는 어떨지 모르겠다. 



아무리 공구가 좋아도 자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8미터짜리 줄자와 스피드스퀘어(간편 삼각자 정도로 번역하는 게 좋겠다)다. 항상 공구주머니에 가지고 다녀야 하는 물건들이다. 



이런 저런 연장들이 공구 수레에 실려 있다. 아침이면 이걸 꺼내 내용물을 확인하고 바로 사용할 수 있게 정렬하는 것이 반장의 일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거의 혼자했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알아서 꺼내온다. 못총이 2개, 타카가 4종류, 스킬소가 1개, 드릴이 2개 들었다. 



이건 못 뽑을 때 쓰는 못뽑기 총이다. 삐져나온 못을 뾰족한 부분에 넣고 방아쇠를 당기면 반대쪽으로 툭 튀어나온다. 8D 못이라면 완전히 빠져나오고, 16D 못은 결국 망치나 노루발을 들어야 한다. 아무튼 못 뽑는 건 장비가 있건 없건, 망치가 좋건 후지건 최고로 화딱지 나는 일이다. 


'사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쉬 GAS 18V Li 무선청소기를 사다  (2) 2015.05.05
Posted by 너와집속목수
,

자재가 없어서 하다가 만 루바 공사(틀린 부분을 뜯고 재시공 하느라 못한 것이지만 대외적으로 자재 탓을 해야 한다)를 마무리해야 한다. 역시 부엌과 방 상단 석고보드도 계속해야 할 작업이다. 


2조가 쓰고 남은 짜투리를 가져다 놓기는 했는데, 저걸 쓸 수 있는 데가 있을런지는 아직 모르겠다. 



부엌을 책임질 방수 석고보드를 재단 중이다. 재단면의 방수 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부서지기 쉬운 석고를 이런 모양으로 잘라 들고 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2조는 화장실 방수 공사에 매진 중이다. 방수의 답을 제대로 찾았을까? 




석고 보드 위에는 바로 벽지가 붙는다. 처음에는 실내용 페인트로 바로 마감하는 걸로 이야기가 진행되었지만, 어떤 경로였는지 묵살되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로 오늘은 아침부터 막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날이어서 특별한 것 없이 학원에 한 시간 정도 늦게 갖다. 물론 김성수 선생 노트북을 고친다는 핑계가 있긴 했지만 끝낸 뒤에도 한참을 뭉기적거리다 뒤늦게 학원으로 향했다. 학원에 도착해 노트북을 김성수 선생 책상 위에 두고, 출석카드를 찍고, 루바와 석고를 자르는 사람들을 사이로 비집고 들어갔다. 하반장님 식구들이 2조 화장실 공사에서 퇴출되었다며, 안방 루바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우선 대략 수량에 맞춰 890mm로 루바를 잘라 드리고 붙이는 작업을 도왔다. 안방 루바 공사가 끝난 뒤에는 현관 공사를 시작했다. 루바 한 묶음을 마이터소로 가져가 가장 긴 것대로 자른 뒤에 따낼 부분을 확인한 뒤 직소와 테이블소를 이용해 길게 디귿자로 파냈다. 다시 한번 멀티커터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다. 그렇게 몇 개를 더 잘라다 공급하고는 점심 시간이 되었다. 


부엌쪽의 석고보드 공사는 거진 마무리가 되어 간다. 

오늘 작업은 여기까지... 오후부터는 학원과 기숙사의 모든 일정 휴무다. 

'짓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모델링에 돌입하다  (2) 2015.05.21
트림과 몰딩이 끝나다  (0) 2015.05.09
2015.04.29 뜯다 그리고 뽑다  (0) 2015.05.01
2015.04.28 내장 마감에 돌입하다  (2) 2015.04.29
2015.04.22 등을 켜다  (0) 2015.04.27
Posted by 너와집속목수
,

루바(louver)와 석고보드를 시공할 차례가 되었지만, 일부 OSB 시공 상태가 모~~옵~~시 불량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아니 왜 이렇게 했대? 뜯어유" "이건 안 돼유" "먹선도 하나도 안 때리고, 스터드 자리도 표시 안 하고, 기본을 하나도 안 지켰네." 뭐 이런 지적이었다. 누가 맡은 부분인지도 모르는데 혼자 지적을 듣고 있자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내가 잘라준 OSB도 있고, 일부는 내가 못을 쏜 곳도 있으니 내 탓이 적지 않은 셈이다. 

 

지적 받은 곳은 3곳 정도. 그리고 내가 보기에 같은 문제가 있어 뜯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 곳이 두 곳 정도. 먹선을 때리고 스킬소를 가져와 못을 피해 자르고, 남은 부분은 손톱과 직소, 끌을 이용해 벽에 붙은 OSB를 북북 뜯어냈다. 뜯은 뒤에 남은 못을 빼는 것도 일. 


다행히 8D 못이라 뽑는 게 불가항력은 아니었지만 못 뽑는 일만큼 짜증나게 허무한 일도 없다. 우마 위에 올라가 못을 뽑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 하기도 두어 번. 옆에서 오가며 그냥 밖아버리라고 한 마디씩 던지는 사람들에게 못 뽑으며 수행하고 있다며 조금 짜증난 티를 낸 모양이다. 내가 짜증나 보였는지 박백순 형이 본인이 잘못 시공한 거라며 미안하다고 한다. 다 같이 놓친 거지, 한두 사람의 실수겠냐고 말하며, 쓸데없이 '다 제 불찰입니다'라는 사족을 덧붙인 게 조금 찜찜하다. 


그렇게 신나게 뜯고 재공사를 하다보니 3시를 훌쩍 넘겼다. 남은 시간에 석고보드 공사 마무리를 하는 것 불가능... 허리 몰딩을 붙이고, 어제 잘라둔 루바를 붙이기 시작했다. 루바가 턱없이 부족했지만 사온 자재가 없어서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 


오늘의 수확이라면 불필요한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기본을 지켜야 하다는 것과 못으로 스터드 찾는 방법이라 하겠다. 저녁에는 송철호, 강성오 두 형님의 권유로 치맥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뜯고 뽑고 맛보고 웃느라 사진 하나 못 남겼다. 나중에 큰 형님께 사진 공유를 부탁 드려야겠다. 


생각해보니 오전에 찍은 동영상이 있긴 하다. 이걸 다시 보고 있으니, 오늘은 하루 종일 뜯게 될 것이란 복선이 숨어 있었다. 


 








'짓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림과 몰딩이 끝나다  (0) 2015.05.09
2015.04.30 실내벽을 꾸미다  (0) 2015.05.03
2015.04.28 내장 마감에 돌입하다  (2) 2015.04.29
2015.04.22 등을 켜다  (0) 2015.04.27
2015.04.21 선을 넣다  (0) 2015.04.27
Posted by 너와집속목수
,

목수로서 집을 짓는 과정에 참여해야 하는 일은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 간다. 흔히 루바라고 하는 얇은 목재를 이용해 외부를 장식하고 벽지가 붙기 직전이 최종 마감재인 석고 보드만 붙이면 우리의 임무는 끝이다. 나머지 마루나 전열 필름은 전문가가 시공을 하고, 우리는 참관만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다. 


그 시간에 우리는 주택 진행 과정상 빠진 부분인 계단, 모임 지붕, 데크, 야외 테이블, 정자 같은 것을 만들기로 했다. 최종 마감까지 직접 하고 싶은 사람도 적지 않은 듯하지만 굳이 목수아카데미에서 배워야 할 부분도 아니고, 학원은 나름대로 미숙한 우리들 손에 맡겨 상품 가치를 떨어뜨리고 싶지 않은 눈치다. 


오늘은 천장 석고보드와 다락 벽 공간의 OSB 시공이 마무리되었다. 동시에 화장실 방수와 문 부착, 창틀 케이싱, 루바 재단 등이 진행되었다. 문의 수직 수평을 잡는 것 말고는 크게 어려운 부분이 없었지만, 실내 마감 공정이라는 것이 더디고 일이 진행되는 건지 아닌지 애매하기도 해서 기운 나질 않는다. 게다가 많은 인원이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처리하다보니 사람보다 공구가 바빠서 일 하나 하고 공구 찾아다니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내일이면 작업이 대충 마무리될 듯하다. 



가지만 앙상하던 큰 느티나무가 여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주말반이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용해 데크를 시공했다. 근데 같은 규격의 자재로 보이는 데도 불구하고 사이즈가 맞지 않는 데가 있어 영 보기가 싫다. 



2조는 역시 우리보다 공정이 조금 빠르다. 아침이면 2조 집으로 가서 곳곳을 둘러본다.



왕국 건설을 위해 집 지을 곳을 찾는 듯한 장수말벌 한 마리가 집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집 안에 이런 녀석들이 도시를 건설하면 정말 큰 골치일 거다. 




루바는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마감재다.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천장 루바 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 와중에 팬션왕은 허리 높이로 돌릴 몰딩 길이를 재고 있다. 


내가 전수한 주머니에 에어건 쏘기를 즐기고 있다. 잠깐 이러고 있으면 사타구니가 갓 분 발라놓은 애기 엉덩이마냥 뽀송뽀송한 느낌이다. 

'짓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04.30 실내벽을 꾸미다  (0) 2015.05.03
2015.04.29 뜯다 그리고 뽑다  (0) 2015.05.01
2015.04.22 등을 켜다  (0) 2015.04.27
2015.04.21 선을 넣다  (0) 2015.04.27
2015.04.17 외장을 마감하다  (0) 2015.04.27
Posted by 너와집속목수
,

2015.04.23 모이다

살다 2015. 4. 29. 01:47

어제 못다한 단열재를 마저 넣고 오늘 작업은 끝났다. 오후에는 대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건축박람회를 견학하기로 했다. 서울 코엑스나 일산 킨텍스에 견주면 아담할 정도로 작은 공간인데다, 대전이라는 지역적인 한계 때문에 참여 업체가 다양하지는 못했다. 


이곳 저곳을 둘러봤지만 눈에 띄게 대단하다 싶은 곳은 없다. 건축박람회에서 내가 건진 것이라고는 유기 간장종지 4개뿐이다. 방짜유기라고 팔기는 하는데, 가져와서 자세히 살펴보는 가짜유기인 듯하다. 쇳내가 작렬하는 것이 구리와 주석만으로 만든 것 같지가 않다. 


이날 저녁은 원생들이 주도하는 저녁 회식이 예정된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다들 부담없이 오후 견학을 즐기고 학원으로 복귀한 뒤 회식 장소로 이동했다. 대단한 맛집은 아니지만 학원에서 가깝고 음식도 나름 깔끔했던 갈비집으로 정했다. 성인들이 돼지갈비를 많이 먹어야 1인분에서 1.5인분 정도 먹겠거니 하고 부담 없이 잡은 집이기도 하다. 


원생 24명과 원장님과 김선생님까지 모두 26명이 모였다. 예상보다 참석율이 높았다. 예약할 때 25명 정도된다고 말했던 게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술이 몇 순배 돈 뒤 윤병규 형님이 이런 자리에서는 나설 만한사람이 나서서 오늘 술자리의 의의에 대해 한마디하고 원장님이나 선생님에게도 말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면 귀띔을 하신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정돈한 뒤에 갑자기 주중반 1기 학생회장을 추대하겠다고 운을 띄운 뒤에 하종석 형님에게 맡아주십사 부탁 드렸다. 





이미 언질을 해둔 바 있어 크게 당황하지 않으시고 수락하셨다. 나의 매끄럽지 못했던 진행에 불만을 갖고 계신 분도 없지 않은 듯했지만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모두 모인데다 일어서 할 말도 딱히 없기에 분위기를 회장 추대로 몰았다. 그리고 그 죄로 총무가 되었다. 총무는 추대한 사람이 맞는다나 뭐라나... 기숙사 총무하는 것만으로 주머니가 복잡해 죽겠구만... 이게 뭔 감투 복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한 달 만에 모인 술자리는 그렇게 즐겁게 무르익었고, 더 즐기고픈 사람 10여 명이 함께 노래방에서 2차로 회포를 풀었다. 






'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05.04 아라뱃길을 달리다  (0) 2015.05.14
잘 먹다  (2) 2015.04.20
목수아카데미를 다니다  (2) 2015.04.20
2015.04.06 계룡산에 오르다  (0) 2015.04.20
2015.03.31 일탈을 하다  (4) 2015.04.14
Posted by 너와집속목수
,

2015.04.22 등을 켜다

짓다 2015. 4. 27. 01:44

1중대, 1팀, 1호차 등 숫자 1이 붙는다는 건 그 무리를 대표한다는 의미이다. 처음 1조도 그랬다. 김성수 선생님의 도움이 컸지만 만든 걸 해체하거나 뜯고 다시 하는 일이 적어서 2조보다 며칠 정도 공정이 앞서 나갔다. 그래서 호기롭게 3명이라는 인원을 2조로 파견 보낼 수 있었다. 중도 포기자가 많고, 부상자도 많아서 대충 봐도 일할 사람이 많지 않았고, 진도 차이가 크게 나는 것도 함께 배우는 입장에서 썩 유쾌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되레 역전이 되버려서 아침이면 어제 2조가 작업한 것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오늘 우리가 할 일을 어떻게 진행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늘 아침도 나가서 서까래 벤트와 수도관 연결한 모습 등을 훑어보고 왔다. 2조로 파견 보낸 인원을 되찾아 와야 한다는 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물건도 아니고 빌려드린 거 돌려주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조심스럽게 타이밍만 살펴보고 있다. 





오늘 우리는 어제 넣다만 전선을 끝내고 결선을 한 뒤 스위치와 등을 달라 선이 제대로 연결되었는지 테스트하고, 서까래 벤트를 넣고 시간이 되면 단열재까지 넣을 계획이다. 


분전반에 테스터 스위치를 달고 각각의 회로가 제대로 구성되었는지 테스트 중이다. 종종 집에 있는 스위치를 교체할 때 아무것도 모르고 예전 생긴대로 그대로 끼워넣었는데, 이제는 6구 스위치도 어렵지 않게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회로 구성까지는 아직 자신 없다. 





누다락 개구부에서 얼굴을 내밀고 원장님의 설명을 듣고 있는 팬션왕의 표정이 무척 재밌다. 첫 인상에서 떠오른  만화영화 UP의 주인공 할아버지가 보인다. 






배선 구성과 테스트가 끝난 뒤에는 쓰고 남은 시멘트 사이딩 조각을 파쇄해 자루에 담는 작업을 했다. 배울 게 없는 작업을 할 때는 몇몇 사람만 고정적으로 참여한다. 여러 이유에서 이런 작업을 기피하는 것이겠지만, 요런 거 할 때만 쏙 빠지는 사람을 볼 때면 가끔 무척 화가 나기도 한다. 그래서 더 파괴적으로 해머를 휘둘렀다. 재미로 이러는 줄 알고 사람들이 오가며 혼자만 신나게 스트레스 푼다고 툭툭 던진다. 







오후에는 단열재를 시공했다. 서까래와 벽체에 들어가는 단열재 규격이 서로 다른데, 오늘은 우선 벽체만 끝내기로 했다. 유리섬유로 만든 것이라 들고 다니면서 작업하면 온몸이 따끔거리고 기관지도 약간 고통스럽다. 방진복과 마스크를 쓰면 좋지만 최소한 마스크만큼은 챙겨야 한다. 크기에 맞춰 적당히 자르고 솜 같은 부분을 사이에 밀어넣은 다음 타카로 양쪽을 고정하면 되는 작업이라 크게 어렵지 않지만 놓치는 부분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피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을 꽉꽉 채워넣어 혹시 모를 외풍을 차단하는 것이 관건이다. 



마치지 못한 단열재 공사는 내일 오전에 마감하기로 하고 작업장을 정리했다. 오전에 단열재가 끝나고 오후에는 대전에서 열리는 건축박람회에 견학 가기로 했으며, 저녁에는 학원 전체가 모이는 회식이 예정되어 있다. 


'짓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04.29 뜯다 그리고 뽑다  (0) 2015.05.01
2015.04.28 내장 마감에 돌입하다  (2) 2015.04.29
2015.04.21 선을 넣다  (0) 2015.04.27
2015.04.17 외장을 마감하다  (0) 2015.04.27
2015.04.16 새 집을 노리다  (0) 2015.04.26
Posted by 너와집속목수
,

2015.04.21 선을 넣다

짓다 2015. 4. 27. 01:01

20일 어제는 하루 종일 온 비에 모두가 늘어져서 강의실을 지켰다. 오전에는 이런저런 작업 관련 이야기를 했고, 오후에는 영상 하나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일부는 3층 휴게실에서 피곤함을 달랬다. 실내 작업이라 진행에 무리는 없었지만 옷을 적시는 비를 맞으며 현장을 오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듯했다. 그리고 저녁은 비를 핑계로 일찌감치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탓에 다음날 아침은 동네가 온통 안개로 덮였다. 5시에 일어나 조깅도 할 겸 옆에 전민동으로 달려가 담배 2갑을 사왔다. 


일찍 일어난 때문인지 우여곡절 끝에 일과가 시작되었다. 비와 저기압 탓인지 어제는 평소처럼 마신 술이 몸과 마음을 더욱 힘들게 했다. 





원장님이 실내 배선에 대해 설명하는 동시에 어디에 어떤 스위치와 콘센트를 배치할 것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설명을 들은 대로  CD관을 배치했다. 콘크리드 구조에서 쓰는  것과는 재질이 조금 다른 것이다.  



2조는 현관 부분에 사이드 벤트를 넣고 있다. 본관에는 마룻대 벤트가 있어 사이드 벤트가 필요 없다고 한다.  



한편 배관을 마친 우리조는 입선 작업을 시작했다. 요비선이라고 불리는 선을 이용해 전선을 물린 뒤에 잡아 당겨 CD관을 전선으로 채우는 작업이다. 양쪽에서 두 사람이 밀고 당기면 큰 어려움 없이 입선 작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건물이 이보다 더 커지면 지금처럼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윤용훈 형이 들고 있는 것이 요비선이다. 매끄럽고 빳빳해서 CD관 속으로 밀어넣고 잡아빼기 좋게 되어 있다. 




배선과 결선은 참여도가 높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사전 작업인 드릴질은 그 중 3D인지라 팬션왕과 동규, 그리고 나까지 3명이 대부분 뚫어버렸다. 은근 힘이 드는 일이라 온몸이 움찔거린다. 












'짓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04.28 내장 마감에 돌입하다  (2) 2015.04.29
2015.04.22 등을 켜다  (0) 2015.04.27
2015.04.17 외장을 마감하다  (0) 2015.04.27
2015.04.16 새 집을 노리다  (0) 2015.04.26
2015.04.15 집에 옷을 입히다  (0) 2015.04.26
Posted by 너와집속목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