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까지는 철재 각관으로 이동식 주택의 기초, 즉 집의 하단부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 일반 주택이라면 필요없는 작업이라서 지금까지 배운 것에는 없던 일이 많았다. 또 손이 많이 필요치 않은 일이 대부분이어서 멀뚱멀뚱 구경하는 인원이 7할은 되었던 듯하다. 교육의 목적을 살리자면 일하는 3할과 노는 7할이 교체되어야 하지만 실수 없이 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들 빠져서 실수가 두려운 사람은 구경을 하고, 자신이 넘치는 사람은 나서서 다른 사람이 끼어들 여지조차 주지 않는 상황을 만들었다. 나는 그 과정을 방관했거나, 아니면 조장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이런 문제가 있으니 서로 실수하고 틀리더라도 두려움 없이 주저함 없이 번갈아가며 작업을 하자는 이야기를, 오전 일과 시작 전에 모두에게 전달했다. 다행히 오전 작업은 나름 매끄럽게 진행되었으나 오후가 되자 다시 중구난방이 되어 작업 속도는 더뎌지고 팔짱 인원이 늘어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1. 용접 마무리와 표면 다듬기

2. 스티로폼 재단과 실리콘 도포 후 시공

3. 투습방수지 타이벡 시공 

4. OSB로 기준선 맞추기

5. OSB 재단 및 피스 결합 


오늘 끝낸 작업은 여기까지다. 


6평짜리 집을 짓는데 17명이라는 인원이 과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 인원이 소외감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고 조율해야 하는 것이 학원이 할 일이건만, 기대와 다르게 이건 뭐 방치다. 결국 알아서 하라는 이야기.  


※OSB: 목재를 가공하고 남은 짜투리 나무조각을 접착제로 붙이고 압착해 만든 합판이다. 미세한 톱밥으로 만드는 MDF와 달리 손가락만 한 나무조각이 엉켜있다. 



하릴 없이 배회하는 사람들에게 개집에 들어갈 만한 작은 벽을 만들라는 숙제가 떨어졌다. 

팔짱 끼고 구경하며 이리 저리 삐대려는데 학원 선생님이 끝까지 따라다니며 '왜 안만들고 돌아다녀유'라고 잔소리하는 바람에 결국 만들고 완성과 동시에 망치로 부숴버리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내가 밖에서 고생하는 동안 열심히 실내 배치도를 그린 팬션왕이 조원들에게 레이아웃을 

브리핑하고 있다. 3D와 객관적인 수치가 도입된 배치도는 사람들의 눈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했지만 계단과 화장실 내부 배치의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주에 만들어둔 각관 용접 틀 위에 방수투습지를 감싸고 OSB를 올려 집의 바탕이 될 기초를 만들었다. 사공의 비중이 지난주보다는 크게 줄어든게 나름의 수확이다. 



남은 면적을 잰 뒤 OSB를 작게 잘라야 한다. 이것도 은근 지랄 같은 과정이라서 쉽게 할 수 있는 

일도 여러 사람의 말을 거친 뒤 작업할 수밖에 없다.



지난 3주 동안 얻은 예상 외의 수확 중 하나는 충청도 사투리가 은근히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다는 거. '그럼 뭐유?' '그게 아니주~'  자꾸 그러면 차암 거시기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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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와집속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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