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날이 밝다. 새벽부터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도, 아직 잠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도 동이 트는 걸 막지는 못한다. 어제 내린 비는 흙 속에서 잠들었던 생명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기에 모자람이 없던 듯하다. 촉촉한 땅에서 어제만 해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싹이 잔뜩 솓아났다.
어제, 아니 지난주만 해도 '나가서 집을 지으라면 어떻게 하란 말'이라며 당황하던 우리가 도면을 보며 뭔가 이상하다며 질문을 던질 정도가 되었다. 실수가 있었지만 그 오류의 책임이 어디에 있던 두려워하지 않고 잘못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아집으로 속도를 높이다가 결과적으로는 진도를 늦추는 사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조금씩 목소리를 낮춰가는 진보적인 방향으로 변화가 진행되었다.
전체 31명의 인원 중 17명을 차지하는 우리 팀이 만드는 집은 학원에서 처음 시도하는 구조 탓에 진행하면서 많은 문제가 도출되었지만 그런 어려움이 우리에게 나름의 즐거움이자 성취욕을 주었다.
작은 것을 조립할 때도 지난주처럼 상대를 무시하거나 빈약한 자심감에 물러서지 않고 조금씩 돕고 보태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다. 전체 팀원을 네 명씩 나누고 네 명마다 연장자에게 반장이라는 책임을 나눈 것이 제법 유효했던 모양이다.
야외 실습을 전반적으로 지도하고 이끄는 선생님도 지난주처럼 답답해 죽겠다는 - 충청도하면 떠오르는 느림의 미학을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 표정을 훨씬 적게 지었다. 실습 2주차, 전체 교육 일정 중 4주차 수업은 이전보다 나아진 모습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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